소프트뱅크(SoftBank)가 미국 증시 상장을 위해 ‘로제(Roze)‘라는 신설 회사를 만들고 있다. 손정의 회장이 직접 이끄는 이 회사의 목표 기업가치는 1000억 달러(약 140조 원)다. 로보틱스와 AI 인프라를 결합해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겠다는 구상인데, 주목할 점은 아직 출시된 제품도 공개된 매출 계획도 없다는 사실이다. 오직 손정의라는 이름과 1000억 달러라는 숫자만 존재하는 셈이다.
로제는 소프트뱅크 포트폴리오에서 에너지, 토지, 인프라 자산을 가져오고 작년 인수한 ABB 로보틱스를 핵심 축으로 삼을 계획이다. ABB 로보틱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로보틱스 및 산업 자동화 공급업체 중 하나로 로제의 기술적 토대가 된다. 로봇이 데이터센터를 짓고 AI가 이를 운영하는 수직 통합 모델을 지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뱅크는 7월 텍사스 데이터센터에서 애널리스트 데이를 열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올린 뒤 2026년 하반기 IPO를 추진할 계획이다.
AI 인프라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다. KKR이 100억 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회사 헬릭스를 설립한 것도 같은 맥락이며, 아마존 AWS가 Q1 28% 성장으로 4년래 최고를 기록한 것도 수요의 폭발적 증가를 보여준다. 손정의는 과거 비전펀드 시절에도 기업가치를 먼저 제시하고 현실을 뒤따르게 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번에도 같은 방식이 통할지는 로제가 실제 제품과 매출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1000억 달러짜리 약속이 실체를 갖추는 데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