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정부연기금(GPFG)이 AI 버블 붕괴 시 펀드 가치가 35%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조 2,000억 달러 규모의 이 펀드를 운용하는 니콜라이 탕엔(Nicolai Tangen) CEO가 공개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다. AI 인프라 투자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주식 포트폴리오가 53% 급락하고, 펀드 전체 가치가 약 7,670억 달러 감소하는 시나리오를 모델링했다. 엔비디아, 브로드컴(Broadcom), TSMC가 각각 50%씩 하락하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위험이 커진 이유는 집중도다. 펀드의 주식 상위 8개 종목이 전부 기술주이며, 전체 자산의 20%를 차지한다. 2024년 테스트에서는 18% 손실을 예상했는데 2025년 테스트에서 35%로 거의 두 배가 됐다. 탕엔 CEO는 “시장 집중도가 높아졌고 AI 설비 투자 규모가 커졌다”며 “AI 투자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성장 기대치가 급격히 되돌려질 수 있다”고 밝혔다. 무역 전쟁과 투자 제한이 겹치는 ‘분열된 세계’ 시나리오에서는 손실이 37%까지 확대된다.
아이러니한 점도 있다. 이 펀드는 9,000개 기업의 ESG 심사에 앤스로픽(Anthropic)의 클로드를 사용하고 있다. 600명 이상의 직원이 AI 도구로 투자 대상을 스크리닝한다. AI 버블을 경계하면서도 AI 없이는 운용이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한편 AI 인프라 수요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가시화되고 있다. DDR5 계약 가격이 7달러에서 19.5달러로 100% 이상 올랐고, HBM 생산이 웨이퍼 용량을 3배나 소모하면서 DRAM 가격이 180% 급등했다. 삼성이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선언한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