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이 양자 시뮬레이션으로 1만 2,000개 이상의 원자로 구성된 단백질 복합체 모델링에 성공했다. 이 규모의 분자 시뮬레이션은 기존 슈퍼컴퓨터로는 사실상 불가능한 영역이다. 양자컴퓨팅이 이론적 가능성을 넘어 실제 의약학적 의미가 있는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단백질 시뮬레이션이 어려운 이유는 원자 수가 늘어날수록 계산해야 할 양자 상태의 조합이 지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원자 수백 개 수준까지는 기존 컴퓨터로 근사치를 구할 수 있지만, 수천 개를 넘어가면 정확한 시뮬레이션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진다. IBM의 이번 성과는 양자 시스템이 이 한계를 넘어 1만 2,000원자 규모에서 분자 간 상호작용을 모델링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실용적 측면에서 가장 큰 기대는 신약 개발이다. 약물 분자가 표적 단백질과 어떻게 결합하는지를 원자 수준에서 시뮬레이션할 수 있으면 실험실에서 수천 가지 화합물을 일일이 테스트하는 과정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개발 기간이 10년 이상 걸리는 신약 파이프라인을 크게 단축할 가능성이 열리는 셈이다.
양자컴퓨팅 하드웨어 경쟁도 동시에 가속되고 있다. QuantWare는 1만 큐비트 양자 프로세서 개발을 위해 1억 7,800만 달러를 투자받았고, AMD는 MI400 라인업으로 고성능 컴퓨팅 반도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IBM의 시뮬레이션 성과는 양자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 측면에서, QuantWare의 투자는 하드웨어 측면에서 양자컴퓨팅의 실용화를 각각 끌어당기고 있다.